Page 97 - 한국가스공사 40년사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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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를 기술을
기다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만큼 27만 kL급 저장탱크는 객관적인 공인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탱크 안쪽과 바깥쪽에 적용하는 코드가 다
른 데 비해 외국은 한 가지 코드만 쓰는 게 문제였다. 해석적 기법이라 해서 컴퓨
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된 기술을 사용했지만, 검증을 맡은 노르웨이 선급
기관(DNV)은 기술에는 동의하면서도 기존 문헌에 없다는 것을 이유로 승인을 내
주지 않았고 지난한 설득 과정을 거친 후에야 검증을 마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안전성을 높이라는 요청도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기준인 지진규모 6.5로 개발을 진행했으나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면서 7.0으로
기준이 상향된 것이다. 수치는 0.5 차이에 불과했지만,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고
디테일을 잡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안전성과 경제성을 겸비한 초대용량 LNG저장탱크의 검증을 마칠 수 있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27만 kL급 저장탱크는 삼척LNG생산기지에 안착했다.
저장탱크 건설 당시 27만 kL 저장탱크를 적용해 기존 대비 약 700억 원의 건설비를
절감했다. 이어서 싱가포르 LNG터미널에도 이를 적용해 한국형 저장탱크 기술을 수
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터미널 부지의 활용성은 물론 가격경쟁력도
높아져, 해외 액화플랜트 건설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형 흔히 LNG선은 선박의 꽃이라 불린다. 유럽이나 북미처럼 천연가스 생산지가 육
화물창(KC-1) LNG선, 지로 연결된 지역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처럼
큰 돛을 올리다 지정학적으로 배관 공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천연가스를 LNG선으로 운송해 공
급한다. 이때 최대한 많은 천연가스를 운송하기 위해 -162℃ 이하로 냉각시켜 부
피를 1/600로 줄이는 액화 과정을 거친다. 수많은 위험이 도사린 망망대해에서
이렇게 극저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LNG선은 첨단기술의 집약체로서, 선
박의 꽃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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